1. 사회에서의 관계는 계약으로 시작한다
갑과 을은 계약의 관계로 성립한다. (갑과 을이란 회사와 직원일 수도 있고, 팀장과 팀원일 수도 있고, 또한 회사와 회사 간의 관계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갑이 갑의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을도 역시 계약에 기반하여 을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온당하다. 다만, 계약의 내용을 벗어나는 갑의 요구나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럴 때 을은 정말 갑갑하다. 더 힘들 때는 갑이 모호한 경우이다.
을은 항상 플랜 B를 꿈꾼다. 갑이 하나가 아니고, 둘이나 셋 또는 열이나 스물이면, 언제나 떳떳한 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갑의 입장에서는 을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고 을이 다른 생각을 못하고 갑의 일만 전념하도록 을에게 끊임없는 긴장과 수많은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그리고, 똑똑한 갑은 만일을 대비해서 을에게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 놓는다.
그래서, 을은 언제나 갑을 꿈꾸고, 갑은 언제나 갑이 유지되기를 꿈꾼다. 꿈꾸는 갑과 을이라는 둘 사이의 관계는 먹고사는 문제를 통해서 연결된다. 갑이든 을이든 먹고살기 위해서 계약이라는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갑은 내 몸 편하게(전문화된 영역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영역은 이관하는) 그러나 더 잘 먹고살기 위해서, 을은 자신이 더 전문화된 영역이라는 전제하에 최소한의 먹고 살 방법만 있다면(이익이 남는다면) 계약을 맺는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이다.
2. 의식주와 문화의 상관성
흔히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3가지 요소로 옷, 음식, 집을 뜻하는 '의식주'를 언급한다. 문득 떠올랐지만, 재미있게도 의식주를 말할 때 영어에서는 'Food, Clothing and Shelter(식의주)'이라 한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의식주를 말할 때, 입는 옷, 먹는 음식 그리고 사는 집의 순서로 말하는데 반해서, 영어에서는 Food가 Clothing보다 앞서 표기하고 말하는 것일까. 웹 검색을 해보면, 의식주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이 많다.
1984년경부터 김일성은 관용어로 쓰이는 ‘의식주’ 단어를 ‘식의주’로 바꿔 사용하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식생활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때부터 북한 공용 문건과 출판물은 의식주 표현 대신 식의주라고 쓰기 시작했다. 김 주석의 ‘먹는 문제’를 강조하면서다. (월드코리안신문 2021.1.5 송광호 기자)
입는 것을 우선하는 언어 습관은 예의ㆍ체면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한자문화권에서 '의식주'란 말은 근대에 생겨났지만 '의식(衣食)'은 예부터 있었다. BC 7세기 춘추시대 사상가 관중의 저서 '관자(管子)' 목민(牧民) 편에는 '의식족이지영욕(衣食足而知榮辱)',즉 입고 먹는 것이 충족돼야 명예와 수치를 안다고 했다. 정석원 한양대 교수(중국학)는 "당시 衣를 앞에 쓴 것은 옷이 삶의 기본 요소인 동시에 신분 계급 등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라며 "예를 중시하는 유교의 영향으로 이런 표현이 관용적으로 굳어졌다"라고 설명했다. (한경뉴스 2008.11.20 송태형 기자)
소비생활의 3대 축이 의(의류)·식(식품)·주(주거)에서 식·주·금융으로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7~8월 전국의 20세 이상 소비자 8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인 '2019 한국의 소비생활지표'를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21.4%는 11개 소비생활 분야 중 '식품·외식'을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이어 '주거·가구'(12%), '금융·보험'(11.4%) 등의 순이었다. '금융·보험'이 3대 분야에 포함된 것은 2013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꾸준히 3대 분야에 포함됐던 의류는 이번 조사에서 병원·의료, 교육에 이어 중요도가 6위로 밀렸다. 식품·외식 분야는 지금까지 4번의 조사에서 계속 1위를 차지했으나 중요도 비중은 2013년 첫 조사 때(40.8%)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조선비즈 2019.11.14 김지섭 기자)
우리는 사실 의식주라 말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말할 때는 '의'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먹고사는"이라고만 한다. 최초에는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던 중, '의'라는 말을 붙인 사람이 어느 시대인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말에서 의식주는 식의주보다 발음도 편하다. 또한, 영어는 'Food, Clothing and Shelter(식의주)'의 약어가 없다. 있었다면, 더 발음하기 편한 순서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리라 상상해본다. 세상일이 보기보다 단순한 이유일 때가 많으므로......
갑과 을로 돌아온다.
3. 당연한 정답이 아닌, 구체적 방법 공유
을이 갑과의 계약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갑의 방향과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 그저 선언적인 말만을 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방식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을 하는데, 정답과 같은 말만 하는 갑이 많다. 을은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또는, 갑의 선언적인(Declarative) 정답 비스므레한 방향만을 제시할 때, 어쩔 수 없이 을은 이 내용을 새롭게 정리해서 을만의 방식을 세우고 목표를 향하여 가는 경우도 있다. 잘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항상 그러하지는 않은 경우도 있다. 그때, 갑은 모든 비난을 을에게 돌리고, 자신은 모면하려 한다. 그러면 당연히 을은 또 살아남기 위해 을만의 피신법을 모색할 것이다.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양쪽 간에 공유된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실행만이 모두가 살 길이다. 갑과 을은 회사와 직원이고, 팀장과 팀원이고, 너와 나와 함께 같은 목적을 갖고 일하고 먹고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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