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수표 (어른들을 위한 동화)

마을 회관에 사람들이 모였다.
누군가는 “삶을 바꾸는 질문을 하겠다”고 말하며 단상에 섰다.
그의 손에는 10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이 수표를 제일 먼저 손 드는 분께 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들이 숲처럼 솟았다.
망설임은 없었다. 계산도 필요 없었다.
100만 원은 100만 원이었으니까.

그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수표를 구겨 주먹 안에 쥐었다.

“그럼 지금은요?”

사람들의 손은 여전히 내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높이 들렸다.

그는 수표를 바닥에 던졌다.
신발 자국이 찍히도록 몇 번 문질렀다.

“이래도 원하십니까?”

잠깐의 정적 후, 손들은 다시 올라갔다.
조금 더 조심스러웠지만, 여전히 확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표를 바닥에 놓고
발로 밟았다.
먼지와 주름이 가득했다.

“이제는요?”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다시 손을 들었다.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분명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왜 아직도 이걸 원하십니까?”

그때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치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겨져도, 더러워져도
100만 원은 100만 원이니까요.”

그는 천천히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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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끝,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그는 수표를 가장 먼저 손든 사람에게 건네며 말했다.

“오늘 이 수표는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삶은 우리를 구긴다.
실패로, 비교로, 상처로, 나이로.

어떤 날은
우리는 땅에 던져진 것처럼 느껴지고,
어떤 날은
누군가의 발 아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백만 원 수표와 나의 가치

 

그때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예전 같지 않아.”
“이제 내 가치는 떨어졌어.”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취급하는데…”

 

하지만 진실은 하나다.

가치는 상황이 아니라 본질에서 나온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시당했다고 해서
나의 값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실패했다고 해서
나의 의미가 깎여 나가는 것도 아니다.

수표는 묻는다.

“네가 너를 얼마로 평가하느냐?”

사람들이 끝까지 손을 든 이유는
수표가 깨끗해서가 아니라,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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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가 어른에게 남기는 격언

“구겨진 것은 인생이고,
닳지 않는 것은 가치다.”

그리고 한 줄을 더 덧붙이면 이렇다.

“내가 자신을 버리지 않는 한,
세상은 나를 평가절하할 수 없다.”

 

마을 회관을 나서며
사람들은 더 이상 수표를 보지 않았다.
대신 거울을 찾기 시작했다.

 

그 안에
조금 구겨졌지만
여전히 충분히 값진
자기 자신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