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설’인지 ‘썰’인지 오리무중
우리가 어떤 문장이나 논리에 대해서, 그것에 ‘썰’이라 말하든, ‘설’이라 붙이든, 그냥 말(씀) 일뿐이다. 앞집 아저씨가 이번에 시장에 출마한다는 ‘썰’이 있다고 말할 때도, 친구 어머니께서 최고의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들과 함께 자그마한 사업을 할까 고민한다는 ‘설’이 있다고 들을 때에도, 중국의 유학자인 순자께서 "사람은 나면서부터 감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방임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므로 악하다. 그래서, 사람은 외부를 통한 배움이나 예의를 후천적으로 쌓아야 하고 수양하여야 한다."는 성악설을 공부할 때도, 역시 그저 그분들의 또는 주변에서 들은 사람들의 말(씀) 일 따름이다.
물론, 그러한 말이나 의견들이 이론이 되고, 조직이나 단체의 실행 원리나 방침, 규칙, 원칙 등이 되려면 보다 더 세심한 논리가 필요하다. 그 한 예로, 아직도 이론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백 년 이상 계속되어온 치마 길이와 경기의 상관관계에 대한 다양한 학자들과 석학들의 대표적인 설(說) 들을 살펴본다. 그들 학자들, 유명인들은 이론 또는 지수 등의 명칭으로 그들의 의견을 말하여 왔다.
2. 치마길이와 경기의 상관관계로 생각해 보기
우리는 특별히 치마 길이와 경기의 상관관계가 말해지는 때가 있다. 바로 계절이 바뀔 때 또는 정치나 선거의 시즌일 때 조금 더 많이 말하곤 한다. 그리고, 시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보자. 치마 길이가 짧아질 때 경기가 상승하고 치마 길이가 길어질 때 경기가 하강한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반대로 치마 길이가 길어질 때 경기가 상승하고 치마 길이가 짧아질 때 경기가 상승한다고 생각하는지! 답은 이미 있다. 이제 시작해본다.
첫째, 짧은 치마는 경기상승을 의미하고, 긴치마는 경기하강을 뜻한다. 이에 대해서, 주로 회자되는 의견으로 정리하였다.
털 없은 원숭이의 저자 데스몬드 모리스(Desmond John Morris) 교수는, "경기가 좋아지면 치마 길이가 짧아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치마 길이가 길어진다."라고 말하며, 그 근거로 1930년대 세계 경기가 불황일 때 긴치마가 유행하고, 1960년대 세계 경기가 호황일 때 미니가 유행하였음을 들었다.
미국 경제학자인 마브리(Mabry) 교수는, 1971년에 치마 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을 말하였다. 즉, 치마 길이가 짧으면 주가가 오르고 호황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경기 호황기인 1960년대에는 짧은 치마가 유행하였고, 오일쇼크 등 불황기인 1970년대 긴치마가 유행하였으며, 1930년대 대공황기에는 1920년대보다 치마 길이가 길어졌다고 한다. 또한, 뉴욕 증시에서 10년간 주가 지수와 치마 길이를 조사한 결과, 주가가 떨어지면 치마가 길어졌고 주가가 올라가면 치마가 짧아졌다고도 하였다.
패션업계에서는, 경기가 나빠지면 사회적 분위기 우울, 움츠려 드는 심리로 치마 길이 길어지나, 경기가 좋아지면 사회적 분위기가 밝고 자유로워져 드러내려는 심리로 인해 치마 길이가 짧아지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생의 작은 법칙들, 51%의 법칙을 말한 피터 피츠사이몬스(Peter FitzSimons)는 사회적 분위기 이론(짧은 치마는 곧 경기상승을 부르고, 긴치마는 경기하강을 대신한다)이 절약 심리(경기 하강기에는 짧은 치마를 입고, 경기 상승기에는 긴치마를 입자)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51% 이상의 지지율 보낸다고 말한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폴 니스트롬(Paul Nenry Nystrom) 교수는 치마 주가 이론을 통해서 1920년대 유행과 미국의 주가를 분석하면서, 1910년대 휘청거렸던 미국 경제가 1920년대 들어 안정되면서 치마가 발목 근처에서 무릎까지 올라갔으며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는 치마가 거의 바닥을 쓸다시피 하는 수준까지 내려갔음(에드워드 챈슬러(Edward Chancellor), 금융 투기의 역사)을 말하였다.
또한, 미국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George W. Taylor)는 1926년 치마 길이와 경기변동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헴라인 지수’(Hemline Index)를 발표하였다. 당시 테일러는 불황기에는 여성들이 구닥다리 스타킹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치마를 길게 입고, 호황기에는 실크 스타킹을 보여 주기 위해 오히려 치마를 짧게 입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헴라인 지수가 발표된 이후 1930년 대공황 시절 여성들의 치마가 20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어져, 헴라인 지수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높아지기도 하였다고 한다. 미국 증권 투자가들에게는 지금도 롱스커트 시기에는 약세장(bearish)이며 미니스커트 시기에는 강세장(bullish)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도 말한다. 지금도 치마 길이 이론은 ‘헴라인 지수(hemline index)’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경제 속설로 자주 거론된다고 한다.
둘째, 짧은 치마는 경기하강을 의미하고, 긴치마는 경기상승을 뜻한다는 의견을 정리한다.
르 샤틀리에 법칙(principe de Le Chatelier)이란, 날이 더우면 부채질을 하고 날이 추우면 불을 쬐듯, 모든 만물 현상이 외부 변화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평형을 유지한다는 화학 법칙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 법칙을 말하며, 경기가 좋으면 치마 길이가 늘어나고 경기가 나쁘면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고 말한다. 이는, 불황기에는 남성들이 여성을 바라볼 기회가 별로 없다. 벌어먹고 살기 바쁜 탓이다. 그러다 보니 여성은 남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화장을 고칠 수밖에 없다. 경기가 좋아지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남성들이 여성의 뒤꽁무니를 자주 따라다니게 되고, 여성들이 남성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긴치마를 입는다는 주장이다.
다시 절약 심리이다. 불황기에는 물자 절약 차원에서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주장이며, 실제로 영국에선 2차 대전 당시 옷감 절약을 위해 치마를 짧게 입으라는 법령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셋째, 그때그때 다르다.
‘햄라인 징크스(Hemline Jinx)’란, 위에서 언급한 조지 테일러(George Tailor)의 ‘헴라인 지수(Hemline Index)’에 대한 반발 의견이다. 즉, 직물회사들이 직물 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한 속셈으로 경제가 어려울 때 긴치마를 의도적으로 유행시켜서 생겼다는 가설이 있다.
자료에 따라서는, 연령에 따라 미니스커트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으며, 선택하는 이유도 달랐다. 하지만, 경제적인 요인은 그다지 크게 작용하는 것 같지 않았다는 질적 연구방법론의 입장에서 경기와 치마 길이를 분석하기도 한다.
예전 기사(뉴스엔)를 찾아보면, '미니스커트,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이젠 롱스커트이다. 올여름 폭염과 더불어 미니스커트 열풍 속 발목까지 오는 롱스커트 혹은 롱 원피스를 입은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눈에 띈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 발목이나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긴 길이의 롱스커트가 유행하고 있다. 물론 초미니 사이즈의 미니스커트와 마이크로 쇼츠라 불리는 손바닥만 한 핫팬츠도 같이 공존하지만 불황에 롱스커트는 다소 낯설어 보이기까지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기사(뉴스엔)에는 '여성의류 쇼핑몰 화이티데이의 장은주 팀장은 불황기=미니스커트라는 속설은 사라졌다. 몇 년 동안 한없이 올라가기만 했던 미니스커트 길이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 다시 내려온 것이다. 여기에 보헤미안 스타일의 영향이 더 해져서 긴 길이의 롱스커트가 유행이다'라 전하고 있다.
3.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대
자신의 머릿속 의견을 말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전하거나 또는 연구를 통해서 어느 정도 근거나 사실에 기반한 이론을 만들어 말하는 것을 썰(설)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이것을 제대로 현실의 사회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들이 되어야 한다.
그저, 말하기 좋은 또는 다른 사람이 재미를 가질 만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저마다 각자의 의견을 그저 뱉기만 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 지금도 매 순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에 쓰레기를 또 하나 만드는 행위일 따름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어울리는 사회인, 직장인의 생각과 판단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허술한 눈과 태도를 이제는 극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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